Match Analysis · AFC Asian Cup Qatar 2023
두 개의 가설을 순서대로 검증한다. 먼저 제시된 가설 — “경기력 차이는 침투 숫자 감소에 있다”. 그다음 대안 가설 — “침투가 아니라 상대의 압박 형태와 방식이 우리 경기력을 바꿨다”. 각 가설이 참이라면 무엇이 관측되어야 하는지 먼저 적고, 데이터와 대조한다.
공개된 경기 리포트 두 건만으로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부터는 데이터가 없어 말할 수 없는지를 그림마다 구분해 표시했다. 확정된 수치와 가정이 섞인 추론은 끝까지 분리해 둔다.
00
한 강의에서 제시된 명제를 검증하는 데서 시작한 작업이다.
이 문장은 사실 주장과 인과 주장을 한데 묶고 있다. “침투가 줄었다”는 확인하면 되는 사실이고, “그래서 경기력이 나빴다”는 검증이 필요한 인과다. 둘을 분리하고, 인과 쪽에 경쟁 가설을 하나 세워 함께 검증한다.
가설 1 · 제시된 논지
바레인전과 요르단전의 경기력 차이는 침투 숫자의 감소에 있다.
독립변수 = 우리 선수들의 뒷공간 침투 횟수
가설 2 · 대안
침투가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압박 형태와 방식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바뀐 것이다.
독립변수 = 상대의 압박 · 침투는 결과 쪽에 놓인다
1부에서 가설 1을, 2부에서 가설 2를 검증한다. 각 가설이 참이라면 어떤 관측이 따라와야 하는지를 그 가설 자체에서 끌어내고, 데이터와 하나씩 대조한다.
그 전에 침투를 무엇으로 셀지부터 고정한다. 정의가 다르면 같은 숫자로 다른 결론이 나온다.
01
두 가설 모두 “침투”라는 말을 쓴다. 같은 뜻으로 쓰고 있는지부터 맞춘다. 이 분석은 FIFA Training Centre의 정의를 채택했다.
| # | 확정 사항 | 분석에 미치는 영향 |
|---|---|---|
| ① | 침투는 패서–러너 2인 결합 이벤트다 | 런만 세면 침투를 센 것이 아니다 |
| ② | 기준선은 상대 수비라인(마지막 줄)이다 | 파이널서드 진입은 침투가 아니다 |
| ③ | 타이밍이 성패를 가른다 | 이르면 오프사이드, 늦으면 놓침 |
| ④ | 볼을 못 받아도 가치가 있다 | 디코이·라인 밀어내기. 실패한 침투를 0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
④는 나중에 가장 강한 반론의 근거가 된다. 미리 표시해 둔다.
정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구역에서 일어난 침투를 세는지를 정하지 않으면 숫자가 흔들린다. 이 분석은 파이널서드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넘는 침투만 센다.
Figure 01
확정 · 리포트 실측파이널서드를 넘는 침투만 센다
| 넘은 선 | 위치 | 바레인 시도/성공 | 요르단 시도/성공 | 시도 변화 |
|---|---|---|---|---|
| 상대 공격라인 | 미들서드 초입 | 27 / 24 | 36 / 30 | +33% |
| 상대 미드필드라인 | 미들서드 후반 | 39 / 31 | 39 / 29 | +0% |
| 상대 수비라인 | 파이널서드 | 21 / 15 | 13 / 8 | −38% |
| 방향 | 정의 | 침투와의 관계 |
|---|---|---|
| Through | 수비 블록을 관통해 라인 뒤로 보내는 패스 | FIFA 정의의 ② 패스 — 침투 패스 |
| Inside |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는 전진 패스 | 라인 사이 공략. 침투의 전 단계 |
| Outside | 블록 바깥으로 도는 전진 패스 | 측면 우회. 침투가 막혔을 때의 대안 |
Figure 02
확정 · 리포트 실측FIFA 정의 3요소 → AFC Report 지표 재해석
| FIFA 구성요소 | AFC 지표 | vs 바레인 | vs 요르단 | 변화 |
|---|---|---|---|---|
| ① 런 — offer to receive in behind | Movement to Receive → In Behind | 164 | 81 | −51% |
| ② 패스 — precise ball in behind | Line Breaks → Direction: Through | 49 | 59 | +20% |
| ③ 성립 — defensive line broken | Key Statistics → Defensive Line Breaks | 19 | 13 | −32% |
| 파생지표 | 계산 | 바레인 | 요르단 | 해석 |
|---|---|---|---|---|
| 런당 침투패스 | ② ÷ ① | 0.30 | 0.73 | 높을수록 러너 없이 찌른 패스가 많다 |
| 침투 연결률 | ③ ÷ ② | 38.8% | 22.0% | 찌른 패스가 실제로 라인을 넘은 비율 |
정의가 섰다. 이제 가설 1이 예측한 것부터 하나씩 대조한다.
Part I
“바레인전과 요르단전의 경기력 차이는 침투 숫자의 감소에 있다.”
검증할 예측 다섯 개 ① 침투는 실제로 줄었는가 · ② 공격 산출물도 같은 방향으로 줄었는가 · ③ 바레인전 승리가 침투에서 나왔는가 · ④ 성공한 침투가 결과로 이어졌는가 · ⑤ 득점자의 침투가 줄었는가
02 · 예측 ①
가설을 반박하기 전에, 가설이 딛고 선 사실부터 확인한다. 줄었다. 그것도 크게.
| 지표 | 바레인 | 요르단 | 변화 |
|---|---|---|---|
| In Behind (뒷공간 런) | 164 | 81 | −51% |
| 손흥민 개인 In Behind | 40 | 6 | −85% |
| 수비라인 돌파 성공 (전체) | 19 | 13 | −32% |
Figure 03
확정 · 리포트 실측패스 방향이 바뀌었다 — Through / Around / Over
| 방향 | 바레인 | 요르단 | 변화 |
|---|---|---|---|
| Through · 관통 | 49 (29%) | 59 (37%) | +20% |
| Around · 우회 | 75 (45%) | 61 (38%) | −19% |
| Over · 넘김 | 43 (26%) | 41 (25%) | −5% |
Figure 04
확정 · 리포트 실측오프더볼의 방향이 바뀌었다
| In Behind | In Between | In Front | 합계 | IB:IF | |
|---|---|---|---|---|---|
| vs 바레인 | 164 (39.0%) | 120 (28.6%) | 136 (32.4%) | 420 | 1.21 : 1 |
| vs 요르단 | 81 (32.9%) | 63 (25.6%) | 102 (41.5%) | 246 | 0.79 : 1 |
Figure 05
확정 · 리포트 실측In Behind 침투의 선수별 감소 통계
| 선수 | 바레인 | 요르단 | 변화 |
|---|---|---|---|
| 손흥민 FW | 40 | 6 | −34 |
| 조규성 FW | 30 | 11 | −19 |
| 이재성 AM | 26 | 13 | −13 |
| 설영우 LB | 13 | 16 | +3 |
| 황인범 CM | 10 | 5 | −5 |
| 김태환 RB | 9 | 9 | 0 |
| 이강인 AM | 4 | 4 | 0 |
예측 ①은 부합한다. 여기까지는 제시된 가설이 옳다. 데이터는 이 주장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음 예측으로 간다. 침투가 절반이 됐다면 공격 산출물도 함께 줄었어야 한다.
03 · 예측 ②
여기서 가설 1이 처음으로 데이터와 어긋난다.
| 한국 기준 | vs 바레인 | vs 요르단 | 변화 |
|---|---|---|---|
| 슈팅 (유효) | 14 (5) | 22 (6) | +57% |
| 파이널서드 리셉션 | 185 | 193 | +4.3% |
| Through 방향 패스 시도 | 49 | 59 | +20% |
| 공격라인 돌파 시도 | 27 | 36 | +33% |
| 점유율 | 63.9% | 54.0% | −9.9%p |
점유율이 10%포인트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같은 볼 소유 시간으로 환산해야 공정하다.
Figure 06
확정 · 리포트 실측점유율을 같게 맞추면 — 보정 후 변화율
| 지표 | 바레인 | 요르단 | 변화 |
|---|---|---|---|
| 점유 1%당 슈팅 | 0.22 | 0.41 | +86.0% |
| 점유 1%당 파이널서드 리셉션 | 2.90 | 3.57 | +23.5% |
| 점유 1%당 In Behind | 2.57 | 1.50 | −41.6% |
| 상대점유 1%당 압박 | 6.42 | 4.54 | −29.3% |
| 상대점유 1%당 Pushing On | 6.92 | 3.16 | −54.3% |
예측 ②는 반대로 나온다. 침투는 절반이 됐는데 상대 진영 진입은 늘었고 슈팅은 1.6배가 됐다. 가설 1이 맞다면 나올 수 없는 조합이다.
요르단전 한국의 2골은 손흥민의 PK(9분)와 상대 자책골(90+1분)이다. 22개의 슛을 때리고 오픈플레이 득점이 0이었다. 바레인전 3골은 전부 오픈플레이였다.
그러므로 “슛이 늘었으니 잘했다”가 아니다. “진입과 슈팅은 늘었는데 득점만 사라졌다”가 정확한 서술이고, 이것이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예측이 어긋났다. 그러나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 이번엔 요르단전이 아니라 바레인전으로 간다. 침투가 승리의 원인이었다면, 그 승리에 지문이 남아 있어야 한다.
04 · 예측 ③④⑤
“침투가 많아서 이겼다”가 참이라면, 그 승리 안에 흔적이 있어야 한다. 세 곳을 찾아봤다.
바레인전 득점은 37′ 황인범 · 55′ 이강인 · 68′ 이강인. 침투를 40회 한 손흥민의 득점은 0이다.
영상 태깅 결과, 바레인전 손흥민의 침투 40회 중 파이널서드에서 볼을 받은 것이 9회. 그 9회에서 발생한 슈팅·키패스·득점은 모두 0이었다.
이강인의 In Behind는 4 → 4로 동일하다. 그런데 득점은 2 → 0. 침투량이 득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세 번째가 결정적이다. 침투가 승리의 원인이었다면 성공한 침투 9회가 만든 결과가 있어야 한다. 없었다. 바레인전 3골은 침투가 아니라 중원에서의 전진과 이강인의 개인 마무리에서 나왔다.
파이널서드 침투 성공률은 바레인전 9/40(22.5%), 요르단전 3/6(50.0%)이다. 숫자만 보면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요르단전 분모가 6이다.
| 성공/시도 | 성공률 | 95% 신뢰구간 (Wilson) | |
|---|---|---|---|
| vs 바레인 | 9 / 40 | 22.5% | 12.3% – 37.5% |
| vs 요르단 | 3 / 6 | 50.0% | 18.8% – 81.2% |
신뢰구간이 크게 겹친다. Fisher 정확검정 p = 0.173. 따라서 이 분석은 “손흥민의 침투 질이 좋아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 나빠지지 않았다”까지다.
Figure 07
가정 포함손흥민의 역할은 어디로 옮겨갔나
유리한 숫자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도 분석이다. 50%는 매력적인 숫자지만 분모 6으로 주장을 세우면, 그 주장은 첫 번째 반론에서 무너진다.
05
다섯 개의 예측을 관측과 나란히 놓는다.
Figure 08
확정 · 리포트 실측가설 1 — 예측 다섯 개와 실제 관측
그렇다면 무엇이 원인인가. 침투 감소 자체도 설명이 필요한 현상이지 설명이 아니다. 2부에서 대안 가설을 검증한다.
Part II
“침투가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압박 형태와 방식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바뀐 것이다.”
이 가설은 경기를 보며 관찰한 것에서 나왔다. 요르단이 빠르게 붙었고, 센터백이 볼을 돌리지 못했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자꾸 내려왔다. 그 관찰이 데이터에서도 확인되는지를 다섯 지점에서 대조한다 — ① 상대의 수비 · ② 우리 후방 · ③ 앞선의 위치 · ④ 패스의 연결 · ⑤ 조건이 사라진 구간
06 · 관찰 ①
가장 흔한 오해부터 지운다. “요르단이 더 내려섰다”는 인상은 데이터가 지지하지 않는다.
블록은 종류마다 서는 위치가 다르므로 같은 종류끼리 비교해야 한다. 경기 전체 평균의 “로우블록 27%”만 보면 요르단이 깊게 선 팀처럼 읽히지만, 종류별로 갈라 보면 그렇지 않다.
Figure 09
확정 · 리포트 실측블록 종류별로 나눠 보면 — 요르단은 더 내려서지 않았다
| 블록 | 바레인 폭×깊이 · 골문거리 · 유지 | 요르단 폭×깊이 · 골문거리 · 유지 |
|---|---|---|
| High Block / Press | 39×37m · 50m · 3% | 42×36m · 49m · 4% |
| Mid Block | 39×23m · 37m · 30% | 42×27m · 38m · 23% |
| Low Block | 36×21m · 20m · 27% | 36×26m · 18m · 27% |
Figure 10
확정 · 리포트 실측수비 국면 전량 — 차이는 블록이 아니라 전환에 있었다
| 국면 | 바레인 | 요르단 | 차이 |
|---|---|---|---|
| 하이프레스 | 2% | 2% | 동일 |
| 중원 압박 | 1% | 4% | +3%p |
| 로우프레스 | 0% | 1% | +1%p |
| 하이블록 | 3% | 4% | +1%p |
| 미드블록 | 30% | 23% | −7%p |
| 로우블록 | 27% | 27% | 동일 |
| 수비 전환 | 11% | 18% | +7%p |
| 역압박 | 8% | 13% | +5%p |
| 리커버리 | 3% | 5% | +2%p |
| 블록 합계 | 60% | 54% | −6%p |
| 전환 합계 | 22% | 36% | +14%p |
이 수치들은 경기 전체 평균이다. 리포트는 국면 비중을 시간축으로 쪼개 주지 않는다. 요르단이 전반에 더 높이 붙었다가 리드를 잡은 뒤 내려섰다면, 평균값은 그 두 상태를 뭉뚱그린다. 8절의 A–B–A 분석이 그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지만, 국면 데이터를 구간별로 확정하려면 영상 계측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평균만으로도 “더 높이가 아니라 더 빨리”가 성립한다는 점까지만 말한다.
Figure 11
확정 · 리포트 실측압박 강도 — 높이가 아니라 속도
관찰과 일치한다. 두 상대의 차이는 블록의 높이가 아니라 블록을 세우는 대신 전환에서 즉시 붙었다는 것이다.
그 압박이 실제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했는가. 맨 먼저 닿는 곳은 후방이다.
07 · 관찰 ②③④
압박이 닿은 지점, 그 결과 밀려난 지점, 그리고 끊어진 지점을 순서대로 확인한다.
Figure 12
확정 · 리포트 실측빌드업 코어 — 센터백 순환 네트워크
| 바레인 | 요르단 | 변화 | |
|---|---|---|---|
| CB ↔ CB 상호 패스 | 42 | 25 | −40% |
| CB 순환률 (÷ 팀 총패스) | 5.97% | 4.08% | −31% |
| CB ↔ DM 패스 | 33 | 32 | −3% |
| 황인범 라인브레이크 비중 | 13.2% | 21.7% | +64% |
여기서 한 번 논지를 수정했다. 초기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빌드업 부담을 떠안았다”를 독립 지표로 쓰려 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후방 빌드업에 가담하는 것은 정상이며, CB↔DM이 −3%로 사실상 그대로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상 신호는 DM의 가담이 아니라 CB끼리의 횡적 순환이 끊긴 것이다.
Figure 13
확정 · 리포트 실측팀 최다 패스 링크 순위 — 빌드업 축이 옮겨갔다
| 1위 | 2위 | 3위 | |
|---|---|---|---|
| vs 바레인 | 정승현↔김민재 42 | 이기제↔김민재 23 | 김민재↔황인범 21 |
| vs 요르단 | 황인범↔홍현석 29 | 황인범↔손흥민 28 | 정승현↔김민재 25 |
| 선수 | 지표 | 바레인 | 요르단 | 해석 |
|---|---|---|---|---|
| 손흥민 | 총 오퍼 수 | 95 | 14 | −85%. 뛸 자리가 없어 내려왔다 |
| 손흥민 | 오퍼 수령률 | 26% | 57% | 내려오니 볼은 더 잘 받았다 |
| 이강인 | 총 오퍼 수 | 23 | 48 | +109%. 받으러 내려온 쪽 |
| 이강인 | In Front (발밑 요구) | 10 | 23 | +130% |
공격의 두 축이 모두 볼을 받으러 내려왔다. 앞선에 남은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Through 패스만 59회가 나갔다.
| 지표 | 계산 | 바레인 | 요르단 | 변화 |
|---|---|---|---|---|
| 런당 침투패스 | Through ÷ In Behind | 0.30 | 0.73 | +144% |
| 침투 연결률 | 수비라인 돌파 ÷ Through | 38.8% | 22.0% | −43% |
런당 침투패스가 오르고 침투 연결률이 떨어지는 조합 — “받을 사람이 없는데 무리하게 찔렀고, 그래서 통하지 않았다”의 서명이다.
통계적으로는 이 한 쌍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연결률 38.8% → 22.0%을 Fisher 정확검정에 넣으면 p = 0.090으로 통상 기준(0.05)에 못 미친다. 방향은 일관되지만 단일 경기 표본에서는 우연을 배제하지 못한다. 이 지표가 결론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여러 지표 중 하나로 읽어야 한다.
Figure 14
확정 · 리포트 실측인과 사슬
여기까지는 두 경기의 비교다. “상대가 달랐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마지막 예측은 그 반론을 피해 간다 — 같은 경기 안에서 조건만 바뀌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08 · 관찰 ⑤
여기까지는 두 경기의 비교였다. 이번엔 같은 경기 안에서 조건이 한 번 들어왔다가 빠진다. 상대 팀도 선수도 바뀌지 않는 구간이라, 압박 하나만 떼어 볼 수 있다.
전반 추가시간 알나이마트의 골로 요르단이 2-1로 앞섰고, 후반 요르단은 압박 대신 수비 구조 유지로 전환했다. 바레인전(A) · 요르단전 전반(B) · 요르단전 후반(A′) 세 구간을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다.
Figure 15
가정 포함A–B–A 역전 설계 — 변수가 들어오고, 빠지자
Figure 16
확정 · 리포트 실측Match Status별 10분당 슈팅률 — 양 팀 대칭
| 구간 | 스코어 | 경과 | 한국 슈팅 | 한국 10분당 | 요르단 10분당 |
|---|---|---|---|---|---|
| 9′ – 37′ | 한국 1-0 리드 | 28분 | 2 | 0.71 | 1.79 |
| 45+6′ – 90+1′ | 요르단 2-1 리드 | 46분 | 14 | 3.04 | 0.87 |
| 반응성 (추격 ÷ 리드) | 4.3배 | 0.49배 |
후반에 한국의 침투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변한 것은 후방의 자유였다. 요르단이 압박을 접자 센터백이 다시 볼을 돌릴 수 있게 됐고, 슈팅이 6개에서 16개로 늘었다.
이 절이 증명하는 것
같은 선수, 같은 포메이션, 같은 경기에서 상대 압박이라는 변수 하나만 바뀌었을 때 공격 산출물이 2.7배가 됐다. 침투가 독립변수라면 이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독립변수는 상대의 압박이고, 매개변수는 후방 빌드업의 자유도다.
후반 개선에는 교체 효과도 섞여 있다. 홍현석의 패스 수령률은 60.5%로 팀 최고였고, 황인범 → 홍현석 연결은 팀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압박 소멸과 교체 효과가 둘 다 작용했다고 말하는 편이 정직하고, 결과적으로 더 강하다.
그런데 한 가지가 남는다. 요르단은 왜 압박을 멈췄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후반에 압박이 사라졌다”는 관측은 우연으로 읽힐 수 있다.
09
두 가지 이유가 같은 시점에 갖춰졌다. 하나는 스코어, 하나는 체력이다.
45+6분 알나이마트의 골로 요르단이 2-1로 앞섰다. 그 전까지 요르단은 앞서 있지 않았고, 따라서 볼을 되찾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리드를 잡은 뒤에는 그 이유가 사라진다.
Figure 17
확정 · 리포트 실측요르단이 압박을 멈춘 두 번째 이유
| 요르단 | 한국 | |
|---|---|---|
| 볼 점유율 | 31.3% | 54.0% |
| 경합 구간 | 14.7% | 14.7% |
| 총 주행거리 | 124.9 km | 122.0 km |
| Zone 4 (20–25km/h) | 6.6 km | 6.8 km |
점유율은 두 팀 합이 100%가 아니다. 리포트는 요르단 31.3% · 경합 14.7% · 한국 54.0%로 세 구간을 나눈다. “요르단이 46%를 가졌다”고 쓰면 틀린 서술이 된다.
이 절이 채우는 자리
압박이 사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코어가 압박할 이유를 없앴고, 체력이 압박할 여력을 없앴다. 자연실험의 처치(treatment)가 왜 제거됐는지까지 설명되면, A–B–A의 A′ 구간은 우연한 관측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결과가 된다.
10
여섯 절에 걸쳐 확인한 것을 인과 순서대로 이어 붙이면 다음과 같다.
| 관찰한 것 | 데이터 | |
|---|---|---|
| 상대 | 요르단은 블록을 더 내리지 않았다. 대신 전환마다 즉시 붙었다 | 블록 위치 거의 동일 · 전환+역압박 22% → 36% · 압박 강도 +25% |
| 후방 | 센터백이 옆으로 볼을 돌리지 못했다 | CB↔CB 42 → 25 (−40%) · CB↔DM은 −3% · 팀 최다 패스 링크가 CB 듀오에서 황인범 축으로 |
| 앞선 | 손흥민과 이강인이 받으러 내려왔다 | 손흥민 오퍼 95 → 14, 수령률 26% → 57% · 이강인 오퍼 23 → 48 |
| 연결 | 받을 사람 없이 패스만 나갔다 | 런당 침투패스 0.30 → 0.73 · 침투 연결률 38.8% → 22.0% |
| 국면 | 압박이 사라지자 다시 풀렸다 | A–B–A 슈팅 14 → 6 → 16 · Match Status 반응성 4.3배 |
결론
요르단전 경기력 저하의 출발점은 침투가 아니라 상대의 압박 방식이었다. 요르단은 바레인보다 높이 압박한 것이 아니라, 블록을 세우는 대신 전환마다 즉시 붙었다. 그 압박이 센터백 사이의 횡적 순환을 끊었고, 후방이 막히자 앞선이 받으러 내려왔으며, 받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패스만 나갔다. 침투 감소는 이 과정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놓인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둔다. 위 다섯 줄은 두 경기와 그 안의 세 구간에서 관측된 것이다. 개별 지표가 각각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며,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섯 지점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까지다. 크기와 임계값은 경기를 더 쌓아야 확정된다.
그 누적을 하려면 반복해서 잴 수 있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
11
두 경기의 결론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반복 측정 가능한 지표가 필요하다. 후보 13개를 놓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40,000회로 걸렀다.
축구 이벤트 카운트는 포아송, “N개 중 X개” 형태의 비율은 이항으로 모델링했다. 관측값을 모수로 재표본을 40,000번 뽑아, 두 경기 간 변화 방향이 유지되는 비율(부호안정도)을 측정했다. 이 검정이 답하는 질문은 하나다 — “이 숫자 차이가 진짜인가, 아니면 한 경기의 운인가.”
| 부호안정도 | 등급 | 의미 |
|---|---|---|
| ≥ 95% | A | 단일 경기 결과만으로 읽어도 된다 |
| 85 – 95% | B | 2~3경기 누적해야 방향을 신뢰할 수 있다 |
| < 85% | C | 5경기 이상 누적 필요, 단일 경기 판단 금지 |
Figure 18
확정 · 리포트 실측KPI 후보 13종 — 부호안정도 순위
| KPI 후보 | 변화율 | 부호안정도 | 등급 | 처리 |
|---|---|---|---|---|
| 런당 침투패스 | +144% | 100.0% | A | 채택 |
| 빌드업 코어 지수 | −58% | 99.5% | A | 채택 |
| 상대 압박 강도 | +25% | 99.4% | A | 채택 |
| Match Status 반응성 | 4.3배 | 99.3% | A | 채택 |
| 침투 연결률 | −43% | 97.1% | A | 채택 |
| 오프더볼 방향성 | −35% | 98.8% | A | 보조 |
| 전진부하 집중도 | +64% | 98.1% | A | 폐기 (구성 타당도) |
| CB 순환률 단독 | −31% | 94.3% | B | 합성해 사용 |
| 파이널서드 진입 효율 | +24% | 87.6% | B | 보조 |
| CB 전진성 (김민재) | −43% | 82.5% | C | 폐기 |
| 손흥민 침투 성공률 | +122% | 80.1% | C | 폐기 |
| 소유권 이탈률 | +113% | 74.0% | C | 폐기 |
| 슈팅 질 (유효율) | −24% | 65.9% | C | 폐기 |
전진부하 집중도는 부호안정도 98.1%로 A등급이었다. 그런데 폐기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빌드업 부담을 떠안았는가”를 재려는 지표였는데, 수비형 미드필더의 후방 빌드업 가담은 원래 정상적인 역할이다. 데이터도 그렇다 — CB↔DM 33 → 32, 상위 5개 패스 링크 집중도 13.9% → 13.7%. 실제로 끊긴 것은 CB↔CB의 −40%였다.
여기서 얻은 원칙
통계적 안정성과 구성 타당도는 별개다. 숫자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것과, 그 숫자가 재려던 것을 재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축구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면 p값이 아무리 좋아도 버려야 한다.
Figure 19
확정 · 리포트 실측몬테카를로 재표본 분포 — 무엇이 유의하고 무엇이 아닌가
| KPI | 산출식 | 바레인 | 요르단 | 변화 | 등급 | |
|---|---|---|---|---|---|---|
| 원인 | 상대 빌드업 압박 강도 | 상대 총압박 ÷ 우리 점유율% | 4.16 | 5.19 | +25% | A |
| 후방 | 빌드업 코어 지수 | CB 순환률 ÷ 전진부하 집중도 | 0.45 | 0.19 | −58% | A |
| 앞선 | 런당 침투패스 | Through ÷ In Behind | 0.30 | 0.73 | +144% | A |
| 연결 | 침투 연결률 | 수비라인 돌파 ÷ Through | 38.8% | 22.0% | −43% | A |
| 국면 | Match Status 반응성 | 추격중 슈팅률 ÷ 리드중 슈팅률 | 산출불가 | 4.3배 | — | A |
여기까지가 데이터가 지지하는 범위다. 그런데 가설 2에는 지금 가진 자료로 막을 수 없는 반론이 하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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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마지막에 두는 이유는, 이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미해결 지점이기 때문이다.
반론
“손흥민이 뛰지 않아서 상대 라인이 뒤로 밀리지 않았고, 그래서 라인 사이 공간이 사라진 것 아닌가? FIFA도 pushing the line과 decoy의 가치를 명시하고 있다.”
정면으로 인정한다. 현재 가진 데이터로는 이 반론을 반박할 수 없다. 디코이 효과는 볼을 만지지 않은 기여이므로 이벤트 데이터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런이 라인을 몇 미터 밀어냈는지는 트래킹 데이터에만 있다.
정황 근거는 양쪽으로 갈린다. 요르단은 로우블록에서 골문 18m 앞에 깊이 26m로 섰고 5백으로 전환했다. FIFA가 말하는 deep backline 상황이며 밀어낼 여지가 크지 않다. 그런데 바레인도 로우블록에서 골문 20m 앞, 깊이 21m로 섰고 그 시간도 27%로 같았다. 조건이 같았는데 결과가 달랐다는 점은 이 반론에 불리하다. 반대로, 그 27% 구간에서만 놓고 보면 손흥민이 밀지 못한 효과가 실재했을 수도 있다.
참고로 In Between(라인 사이) 움직임도 120 → 63회로 함께 줄었다. 밀지 못해 공간이 사라진 것인지, 애초에 블록이 압축돼 있어 공간이 없었던 것인지 — 이벤트 데이터만으로는 두 해석을 가를 수 없다.
어느 쪽인지는 지금 확정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트래킹 데이터다 — 러너와 수비라인의 거리, 런 직후 라인이 물러난 폭. 그것을 재기 전까지 이 분석은 가설 2를 “주된 경로”로만 주장하고, “디코이 효과는 0이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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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석은 공개된 경기 리포트 두 건만으로 수행했다. 그 범위에서 확정한 것과, 도구가 없어 아직 말하지 못한 것을 나란히 적는다. 후자는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자료의 한계이며, 자료가 생기면 곧바로 넘어갈 수 있는 지점들이다.